210112 악마의 똥가루
갤러리 •
뭔가 잘못됐다
KTX를 타고 올라오는 중에 창밖이 점점 하얘지고 톡방은 눈이 뭐 이렇게 많이 오느냐고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결국 제시간에 KTX가 역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도착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웬 기차 하나가 선로에서 혼자 눈을 맞으며 궁상을 떨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서 보니 나무나 화단엔 이런 장관이, 길바닥엔 거무튀튀하고 질퍽한 더러운 눈이 펼쳐져 가관인 상황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아무튼 사진을 안 찍으면 안 될 날 같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눈을 헤치고 나섰습니다.
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작은 잎이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양의 눈이 쌓여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에 눈이 더해지니 쓸쓸함과 처량함이 이를 데 없네요.
손대기 아깝게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늦으면 여름이 올 때쯤 돼야 치우는 트리도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눈으로 덮여버린 나무들입니다.
키보다 높이 있는 나무들은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어 올리면 바로 렌즈에 눈이 쌓이는 탓에 굉장히 신속히 찍어야 했습니다.
카메라 들어서 초점 거리 맞춰두고, 내려서 닦고, 다시 들어서 초점 잡히자마자 찍고…
2021년에 본 식물 중에 가장 불쌍해 보이는 식물입니다.
역시 상록수는 눈이 아무리 와도 분위기가 건재하네요.
배경이 좀 더 단조로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사진입니다.
맥북이 아니라 제 데스크탑이었으면 싹 지웠을 텐데 아쉽네요. 😢
셔터를 닫는 순간 썸네일이 될 것을 확신했습니다.
참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고, 색이 예쁜 편이라 보이면 거의 찍어서 꽤 많이 찍힌 맛없는 그 열맨데, 아직 통성명도 못 했네요.
검색해보니 이름이 피라칸다인 것 같은데, 예의상 외워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녹주 산타는 이 엄동설한에도 루돌프들을 집에 안 들여줬네요.
길에 있던 우체통입니다.
POST 글자도 지워져 가고 칠도 여기저기 벗겨진 걸 보면, 편지에 대한 현대인의 무관심을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